문화
22년전 '망한' 한국영화,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부활
- 김유태 기자ink@mk.co.kr
- 입력:
- 2025-08-29 16: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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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영화제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새로운 작품 '부고니아'가 공개되었는데, 이는 22년 전 한국에서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성공적인 CEO 미셸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두 남자에게 납치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망상과 음모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주연 에마 스톤은 삭발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란티모스 감독은 원작의 본질적 질문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을 더해, 가짜뉴스와 신념에 얽힌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복잡한 서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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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화제작 '부고니아'
韓영화 '지구를 지켜라!' 원작
에마 스톤 삭발 연기로 호평
음모론·가짜뉴스 판치는 시대
광기 사로잡힌 현대인 은유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관한 거대한 우화 한 편이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원작이 22년 전 한국에서 개봉했다가 흥행에 완벽히 참패했던 '한국영화'란 점이다. 세계적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자신의 오랜 페르소나인 에마 스톤·제시 플레먼스를 주연으로 내세워, 장준환 감독의 2003년작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 '부고니아'를 완성한 것.
28일(현지시간)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고 관객과 만난 영화 '부고니아'를 현장에서 살펴봤다.
미셸(에마 스톤)은 잘나가는 최고경영자(CEO)다. 포브스와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한 그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인물이다. 문제는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는, 미셸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테디(제시 플레먼스)와 그의 동생 돈(에이든 델비스)이 "미셸은 외계인이다"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테디와 돈은 귀갓길의 미셸을 그녀의 집앞에서 납치해버리고, 자신들의 낡은 집에 그녀를 감금한 채 "외계인 정체가 탄로났으니 진실을 고백하라"고 윽박지른다. 고음을 지르지 않고, 아주 고요하고 정중하게.
미셸을 외계인이라고 믿는 저 허무맹랑한 두 남자의 의심은 진실일까.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말도 안 돼 보이는 맹신'의 외줄 위에 불편한 자세로 서게 만들고, 극이 진행될수록 충격적인 반전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서사는 완성된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 수 7만3000명에 그쳐 그야말로 '쫄딱' 망한 영화였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는 대중의 관심과 판이하게 달라서 '시대를 앞선 걸작'이란 호평이 적지 않았다. '부고니아'는 원작과 줄거리가 거의 동일하고, 일부 장면이나 서사만 다르게 연출됐는데, 그런 중에도 '말이 안 돼 보이는 신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원작의 본원적 질문만큼은 그대로 유지됐다. 잘못된 신념은 오히려 현재적이다. 현대 정치에서도 음모론이 판을 치고 가짜뉴스가 진실과 사실보다 우위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지구를 지켜라!'는 약 20년을 앞선 작품이었던 셈이다.
'부고니아'는 진실과 정체성이 모호해진 현대인에 관한 거대한 우화로 이해된다.
란티모스 감독은 장 감독의 원작을 단순히 할리우드식으로 리메이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유의 블랙유머를 곳곳에 배치했다. 지극히 건조한, 감정 기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테디의 대사는 심연의 심오한 광기를 짐작하게 하고, 인간의 집착과 망상이 불안과 혐오로 이어지는 순간을 관객들에게 목도하게 만드는 기이한 영화다.
납치당하는 인물의 성별이 바뀌었다는 점이 더없이 흥미롭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에선 남성인 강만식 회장(백윤식)이 납치된다. 리메이크작에선 여성인 미셸이 납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영화는 '권력과 젠더'의 문제를 더 복잡한 함수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이 있다. 여성 CEO인 미셸이 망상병자에게 납치된 피해자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를 갖고 지구에 침투한 가해자인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서다.
주연 에마 스톤은 삭발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현장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배우 에마 스톤은 "선한 누군가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친 자가 미친 짓을 하는 건지, 그 판단이 영화 내내 계속 뒤집히는 작품"이라고, 란티모스 감독은 "오늘날의 세상에선 이미 믿고 있는 것만 강화하고, 그 좁은 믿음의 틀에서 인간은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인간 본성이 실제로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경보음을 울리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 제목 '부고니아(Bugonia)'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단어로, 소(牛)를 뜻하는 'bous'와 출산·발생을 뜻하는 'gonos'의 합성어다.
[베네치아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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